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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르헨티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본문

Mi Vida/Argentina

나는 아르헨티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billeeon 2025. 3. 14. 11:38

나는 요즘 종종 아내에게 우리가 다시 아르헨티나에 간다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오래 머물고 싶다고 얘길 한다.

그만큼 아르헨티나가 그립고,

더 좋은 곳을 다녀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보니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내게 아내의 고향이기 전에

다시 여행을 가야 할 버킷리스트가 되어버렸다.

평소 가는 마켓보다 조금 더 먼 곳을 들르러 가는 길에

 

동네가 아기자기하면서 한 적하고 좋았다.

아내 말로는 이 거리는 조금 위험할 수 있다고 해서

경계를 늦추지 않고 걸었다.

(근데 사람들도 거의 없었고 조용했다.)

 

조미료와 치즈가 정말 크고 다양하게 있었고,

특히 치즈가 인상적이었다.

아내는 대부분의 치즈는 하루 만에 다 먹을 수 있다고 해

얼마나 이 나라 사람들이 치즈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처음엔 내 눈을 의심했지만 향신료들이 저렇게 담겨 있었고,

와인들은 전문 와인 가게 못지않게 있었고,

역시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빵도 엄청 맛있다.

 

아르헨티나의 밥이자 반찬들, 두 번째 사진은 아르헨티나의 주식인 밀라네사다.
 

아직도 잊을 수 없었던 밀라네사는 내게 신선한 충격을 줬었던 거 같다.

돈가스처럼 보이지만 그 맛과 식감은 전혀 달랐다.

조리방법은 거의 똑같았는데 왜 다를까?

그 이유는 빵가루가 더 곱게 갈고

1cm 두께의 고기를 한 번 더 고기망치로 얇게 만든다.

 

더 놀라웠던 건 밀라네사를 만들기 위한 고기 부위였다.

한국에서는 주로 장조림으로 먹는 홍두깨살을 이용한다는 거였다.

밀라네사는 늘 그리운 음식이다 보니

이따금씩 집에서 해 먹기도 한다.

 

 

아내는 디저트를 정말로 좋아해서 장을 보러 갈 때면 아주 작게나마라도 꼭 하나씩은 구입했던 게 기억난다.

또 아내는 어린아이같이 순수하고 애교가 많다 보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세상 어디에도 없을 만큼 사랑스럽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행복이 내 행복이고,

그녀의 만족이 내 만족이 되었다.

아르헨티나의 라면 마루찬(Maruchan)

아르헨티나의 라면인 마루찬(Maruchan)은 다양하진 않지만 몇 가지 종류가 있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건 매운맛이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매운 것을 거의 아예 안 먹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운 음식이 보기 어렵다.

그리고 먹지도 않는다.

그래도 매운맛 마니아층을 위해 몇 가지 매운맛이 있는 음식들이 있는데

이 라면 역시 그중 하나였다.

물론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전혀 매운맛을 느낄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은 먹을만하다.

아르헨티나 피자

 

빠질 수 없는 밀라네사와 풍경

외식을 위해 우리는 집에서 1~2분 거리의 식당을 찾아가 바깥 풍경을 보며 저녁식사를 즐겼다.

쌀쌀해지던 터라 음식을 거의 다 먹었을 즘에는 추위에 좀 떨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우리는 즐거웠고 풍경을 보며 먹는 이 기분은 산뜻했다.

특히 음식을 기다리며 밤하늘을 쳐다봤을 때,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에는 아르헨티나 국기를 가장 예뻐했는데,

지금은 그 국기 곁에서 음식을 시켜 먹고 있다는 게 말이다.

 

나는 아르티나에서 가장 아르헨티나 다운 음식을 아르헨티나 사람과 즐기고 있다.

이 한 문장에는 내가 상상도 못했던 3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첫 번째는, 내가 아르헨티나에 올 줄 몰랐고,.

두 번째는, 내가 아르헨티나 음식을 먹고 있을 줄 몰랐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내가 아르헨티나 사람과 연인이 될 줄도 몰랐다.

이 중에 마지막 세 번째는 정말 상상 그 이상도 해본 적이 없던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상황이 나를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의 아침은 간단했었다.

커피 혹은 차, 그게 아니면 아르헨티나의 마테차와 함께

빵이나 토스트를 주로 먹었고, 특별히 조금 더 해서 먹고 싶을 때 계란 요리를 먹었다.

아르헨티나식 팬케이크는 둘쎄 데 레체(Dulce de leche)라는 단 재료가 들어가서

주로 후식이나 점심 이후의 간단한 요깃거리로 먹었다.

 

아사도 식당

하루는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고기요리인 아사도(Asado)를 먹으러 갔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뷔페집 형식의 아사도 식당이었다.

사이드메뉴는 셀프바 형식으로 있었고,

메인 메뉴인 아사도는 따로 주문해야했다.

 

우리가 살던 동네에서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지 나왔고,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돌아갈 땐 택시를 탔었나그랬다.

특히 친출린(Chinchulín)은 말그대로 '곱창'이다.

그 때는 뜻을 알아보지 않아서 몰랐지만,

음식을 먹어보면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맛 자체가 우리가 흔히 아는 곱창의 그맛이다.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일요일에 점심으로 성대하게 먹는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아르헨티나에 오고

아내의 가족들이 사는 지역에서

아내의 가족분들이 대거 오셔서 작지만 그래도 성대했던 파티를 열어주셨다.

장인어른은 아사도를 구워주셨는데 그 양은 소고기 한 마리였다.

아내 가족분들과 함께 아사도를 즐기며

 

아내의 가족분들과 함께였던 자리

아내는 열심히 옆에서 통역을 해줬고,

하나부터 열까지 나를 신경써줬다.

나는 아내의 가족분들에게 잘보여야했고,

언어의 문제도 있다보니

여러모로 긴장의 자리였다.

하지만 가족분들의 분위기는 너무 좋았고

그들은 내가 경직되어 있는 모습을 오히려 싫어하셨다.

그래서 나는 편안하고 더 가족같은 분위기에게 이 파티에 있을 수 있었다.